11월에 썼던거

내꺼/장문 2020. 6. 16. 13:11

 

결괏값은 관측한 뒤 알 수 있다.

이 게임은 그런 혼돈을 주제로 한 물건이다.

 

한 여대생이 자신의 꿈을 위해 야심 차게 루머가 떠도는 폐가를 들어가 상상도 못 한 현상으로 불운한 일을 겪게 된다. 여대생은 거기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집은 문을 열고 그 영역에 발을 디딘 그녀를 놔줄 생각이 없다. 그녀는 얼굴도 안보이는 무엇인가에게 의지하며 그 집을 떠돌아다닌다. 수렁을 벗어나기 위한 수렁. 다시 과거로 돌아온 나는 나에게 죽거나, 또 다른 나를 죽이거나 또 다른 나를 속여가며 어떻게든 잘못된 운명을 뒤집으려 든다. 나는 그런 주인공에 나 자신을 투영하고, 삶의 시련, 실패 ㅡ 그 공포를 초현실적이고 이해 불가한 실체 없는 괴물로 치환했다. 수많은 절망들과 공포는 악몽으로도 찾아온다. 주인공은 그런 것들을 겪어가며 수렁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는다.

 

한국의 인디 쯔꾸르 게임이라는 것은 뒤가 없다. 한국산 쯔꾸르 게임이 1천 장 이상 팔린 게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장르의 게임도 흥행에 성공한 건 별로 없다. 그들 99퍼센트는 실패라는 절망을 겪고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 제작을 저버린다. 문제는 나도 1%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계산하기 힘들고 언제나 시련을 주는 이 세계(시장)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 일어나는 수렁과 같다. 대부분 실패하는 그런 물건을 나는 왜 만드는 것일까. 내가 그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돌을 빵으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줄 때, 그리고 사람들이 그것을 맛있게 먹을 때 큰 기쁨을 느낀다. 나는 그것이 너무 행복해서, 그것이 나 자신을 연료로 하는 죽음의 기차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기차에 몸을 맡긴다.

 

수 많은 과거들은 나의 앞에 지표가 되어 나를 비춰주고 있다. 그러나 나는 늘 그러듯 프로젝트를 끝낼것이다. 불구덩이임을 알고도 떨어지는 행동은 계산적이지 못하나, 그것은 인생이라는 이름의 저렴한 혼돈이다. 이 게임은 그런 혼돈을 주제로 한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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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r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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