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물론 게임에서는 사일런트 힐이라는 장소에 관한 여러 설정이 있지만, 사일런트 힐 2에 한정하면 이 도시는 죄책감 그 자체를 상징한다. 제임스는 이곳을 떠나든 떠나지 않든, 결국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것은 제임스뿐 아니라 모든 인간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편지가 왔고, 나는 사일런트 힐 앞 화장실에서 시작되었다.'는 시놉시스는,

'내 죄책감이 깨어났다. 우울증이 시작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2.

세계관 내내 물을 상당히 많이 묘사한다. 물은 우울과 침체를 뜻한다. 애초 시작하는 장소부터가 화장실=물이고, 끈적하고 뭐가 있을지 모르는 좆같은 구멍에 손을 넣는 행위를 하는 장소 또한 화장실이다. 변기에 손 넣는 장면조차도 변기 = 물이다! 최종보스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비 내리는 옥상이며 심지어 2페이즈는 지하로 떨어져 물바다에서 한바탕 한다. 삼각두전에서도 비인지 천장에서 흘러내리는 물인지 잔뜩 떨어진다. 이 럴 수 가!

 

 

3.

종종 제임스는 정신나간 짓들(좆같은 벽에 손넣기, 변기에 손 넣기, 바닥 없는 구멍에 3~5번 떨어지기)을 '자발적'으로 하는데 이는 기억을 회피하려는 스탠스에서 진실에 직면하려는 충동이라 생각하면 대부분 아귀가 맞아떨어진다. 애초 사일런트 힐에서 시작하는 것부터가 진실에 직면하려는 그의 시작이다.

 

 

4.

게임중 나오는 로어들은 대충 제임스랑 엮어놓고 보면 다 말이 되는 구조이다. 다음은 게임 초반부 꽃집의 쪽지다.

 

꽃집 = 추모 혹은 축하 / 빨간색과 하얀색 = 불운/장례식, 사랑+죄책감,기억+망각등의 양가감정 

손님 = 제임스

제가 없는 사람인 것 = 제임스가 보는 세상(현실과의 연결이 약해져있음)

나중에 오겠다 = 제가 없을 수도 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된다.)

 

좆되는 구조다. 대부분의 영문 모를 쪽지들이 다 이런 느낌으로 만물 제임스로 엮어버리면 다 말이 통한다(그야 이 세계가 제임스의 세계니까 ㅋㅋㅋㅋㅋ). 감상 포인트를 제임스와 죄책감에 맞춰서 로어를 해석하면 좋을 것이다.

 

 

5.

전투가 무의미한 이유는 분명하다. 사일런트 힐 2의 크리쳐들은 '장애물'이 아니라, 제임스가 억압해온 감정과 기억이 투영된 존재들이다. 그런 것들을 무기로 때려잡으며 플레이어가 쾌감을 느끼는 순간, 이 게임이 말하고자 하는 죄책감의 구조는 깨진다. 즉, 이 게임은 전투를 '즐기는' 게임이 아니라, 전투조차 불편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불편한 자신'을 마주하게 하려는 게임이다. 그래서 잡아도 뭐 좆도 안주는 것이다. '아니 그래도 게임이 재미가 있어야죠'라는 말이 있다면, '이 게임에서 얻는 재미 포인트는 그것이 아니다.' 라고 반박 할 수 있겠다.

 

사람 잡고 보상 얻는 것이 게임의 전부가 아니다. 죄책감 없앤다고 돈 받는 것이 아니잖나? 어떤 게임이나 말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사수하려는 작품은 있다. 이 게임은 '불편함'인 것이다. 이게 싫으면 그냥 데드 스페이스나 바이오 하자드하러 가면 된다. 이 식당은 그런 식당인 것이다. 이러한 재미 포인트에 대한 접근이 서로 다르니 사일런트 힐에 바이오하자드를 비비는 것도 의미가 없어지는 것 아닐까 싶다.

 

 

6.

퍼즐이 긴 이유 - 이는 나도 별로 안좋아했던 부분이지만, 퍼즐을 풀며 얻는 답답함은 모두 제작진이 의도했으며 이런 것이 사일런트 힐에 스며드는 것(이 세계 자체가 제임스의 내면을 반영한 하나의 '미로'임을 체험하게 만든다.)이란 목적을 알게 되었다. 대단히 놀란 부분이다.

 

참고로 수 많은 문과 잠겨있는 아파트는 제임스의 폐쇄적 심리를 뜻한다. 정말로, 그저 의미없는 퍼즐의 연속이 아니다! 모든 장소는 그에 맞는 상징과 은유를 담고 있다. 그리고 플레이어에게 괴로운 것 역시 의도된 것이다. 이 끔찍한 죄책감의 세계 속을 돌아다니는 제임스의 괴로움을 같이 맛보는 것이다. 쟤만 맛보면 작품성이 살지 못하지 않겠는가. 게임은 체험인데.

 

아니 구스탑님 미궁 뱅글뱅글 돌리는건 뭔 의미죠 - ...그건 나도 모르겠다. 근데 파보면 뭐가 나오겠지. ㅅㅂ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자기 자신을 재구성하는 뭐 그런거 아닐까? 뱅글뱅글 돌리면서, 어디가 어딘지 모를 장소를 어떻게든 길을 만들어내며 난 이런 죄를 저질렀어...하는.

 

ㅋㅋ 그럼 구스탑님 톨루카 감옥은요?? - 대충 나루호도 이기아리 짤

 

크악! 시발 맞다. 확실히 그 지역은 똥꾸릉내난다. 분명히 감옥은 속죄, 심판한다는 은유가 명확하지만 안에서 동물 농장 찍고 있는 것은 괴롭긴하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조차도 의도된, 설계된 감정이 아닐까 싶다. 그 장소는 정말로 '좆같다'는 감정만 남아있다. 거기에, 그 감옥 파트 최종 퍼즐은 죄를 심판하는 퍼즐 아닌가? 이 럴 수 가!

 

아니 구스탑님 뭐만 하면 다 의도된건가요? 근데 진짜로 의도한거고 납득이 가는걸 어떡함; ㅅㅂㅋㅋㅋㅋㅋ 이거는 변명이 아닌 분명히 명확한 설계 구조인걸. 게임이 말하는 주제는 죄책감, 회피, 억압등의 우울함이고 그것에 맞춰 설계를 뜯어보면 모든 것이 들어맞는걸 어떡하냐; 그럼 톨루카 들어가서 마네킹들이나 에디랑 친구먹고 같이 프리즌 브레이크하고 같이 피자 먹으면 재미야 있겠지 근데 그러면 게임 메세지가 말이 안되잔아 ㅋㅋㅋㅋ 걔가 거기서 좆같은 체험하는거가 게임 메세지에 부합되고, 실제로 거기서 좆같은 체험을 하고 있잖냐(겸사겸사 플레이 하는 우리도 같이 좆같은 체험하고 ㅋㅋ).

 

진짜 '의도였음 ㅋㅋ' '의도대로임ㅋㅋ' 이 발언 자체는 설득력이 없는 말이 맞긴한데, 이 게임에 한해선 그게 진짜 의도라는거임 ㅇㅇ; 다 맥락이 있음; 전투는 불편하고 퍼즐은 괴롭고 연출은 이상하고 문은 다 잠겨있고 물 넘치고(<<어떤 ㅄ이 의도 안하고 '그냥 물 많으면 기분 좋잖아요'하고 쳐 넣었겠어?), 오히려 이게 다 우연적인 설계라고 보는게 에바지. 오히려 대단한건 이게 리메이크라는건데 원작에서 이미 이 생각을 하고 이 구성을 했다는거고 이 깊은 작품성을 생각해보면 시대의 역작이라 불릴만한게 맞는거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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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r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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